준우승만 네 번 '뒷심 부족' 이가영…'닥공'으로 승부 뒤집었다

입력 2022-10-16 18:10   수정 2022-10-17 00:18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의 간판선수 중 한 명인 이가영(23)에겐 꼬리표처럼 따라다닌 수식어가 있다. 바로 ‘준우승 전문 선수’다. 2019년 정규투어에 데뷔한 뒤 우승 없이 준우승만 네 차례나 해서다.

언제 우승해도 이상하지 않은 실력을 갖췄는데도 번번이 미끄러지는 그를 두고 “준우승 징크스에 걸린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이가영이 2년 넘게 달고 다닌 ‘준우승 전문’ 꼬리표를 떼어냈다. 16일 전북 익산시 익산CC(파72·6641야드)에서 막을 내린 KLPGA투어 동부건설·한국토지신탁 챔피언십(총상금 10억원)에서 최종 승점 49점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투어 데뷔 4년차, 98개 대회 만에 올린 첫 우승이다.

이가영은 아마추어 때부터 이름을 날린 유망주였다. 15세(2014년)에 국가대표 상비군에 발탁되며 국내외 아마추어 대회에서만 6승을 올렸다. 그런 그가 프로 무대에 입성하면 수많은 우승컵을 들어올리리란 걸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모두의 예상은 빗나갔다. 아마추어 시절 라이벌이었던 동갑내기 최혜진(23)이 국내 무대를 평정하고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 도전장을 내미는 동안 이가영은 국내 대회에서 1승도 거두지 못했다. 그렇다고 슬럼프에 빠진 것도 아니었다. 지난해 ‘톱10’에 열 번이나 들었고 올 들어서도 준우승 두 차례, 톱10 여섯 차례를 기록했다.

그저 ‘한방’이 없을 뿐이었다. 평소 예의 바르고 주변을 배려하는 그였기에 주변에선 “너무 착해서 멘털이 약한 것 아니냐”, “독한 면이 없어서 우승을 못 한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속이 문드러질 만도 한데, 이가영은 티를 내지 않았다. 준우승했을 때 기자들이 “아쉽지 않냐”고 물으면 “우승하려고 조바심 내지 않겠다. 열심히 노력하고 때가 오기를 기다리겠다”고 답하곤 했다.

이날 이가영은 ‘뒷심이 부족한’, ‘멘털이 약한’ 과거의 이가영이 아니었다. KLPGA투어에서 유일하게 ‘변형 스테이블포드’ 방식으로 치러지는 이 대회는 홀마다 △앨버트로스 8점 △이글 5점 △버디 2점 △파 0점 △보기 -1점 △더블보기 이상 -3점 처리한다. 이 점수를 합산해 순위를 가린다. 미스 샷의 감점보다는 굿 샷에 대한 보상이 후한 만큼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치는 선수가 유리하다.

이가영은 지키는 플레이가 아니라 매 홀 버디를 노리는 ‘닥치고 공격(닥공)’ 스타일로 게임을 풀어나갔다. 이 덕분에 나흘 내내 매일 10점 넘게 승점을 쌓았다. ‘뒷심 부족’이란 평가도 뒤집었다. 마지막 라운드에서만 버디 8개를 쓸어담으며 역전승했다. 이날 임진희(24)에게 1점 뒤진 2위로 경기를 시작한 이가영은 전반에만 버디 4개를 쓸어담으며 치열한 우승 경쟁을 펼쳤다. 이후 10번홀(파5), 11번홀(파4)에서 연속 버디를 낚으며 승기를 잡았다. 마지막 홀 두 번째 샷 때 뒤땅을 치면서 이번 대회 첫 보기를 기록한 게 아쉬웠지만, 우승을 확정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안 됐다.

이번 우승으로 이가영의 상금 순위와 대상 포인트는 수직 상승했다. 우승 상금 1억8000만원이 더해지면서 이가영의 올 시즌 누적 상금은 5억7489만2580원이 됐다. 상금 순위는 17위에서 8위로 훌쩍 뛰었다. 대상 포인트는 14위에서 10위(317점)로 올라갔다.

시즌 2승에 도전한 임진희는 44점으로 준우승을 차지했다. 뼈아픈 역전패를 안겨준 이가영이 버디를 할 때 박수를 치는 등 멋진 매너로 눈길을 끌었다. 이번 대회에서 첫 우승을 노린 ‘신인상 0순위’ 이예원(19)은 단독 3위(41점)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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